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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갯벌매립으로 위기에 처한 송도갯벌
저어새라는 새가 있다. 갯벌이나 논에서 긴 넓적한 부리를 저어가면서 먹이를 찾아 먹는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홍콩, 대만 등지에서 겨울을 지낸 뒤 봄이면 인천과 강화도로 날아와 번식을 한다. 전세계에 2,000여 마리밖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 조류인지라 정부는 1968년부터 이 새를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한 바 있다.
바로 그 멸종위기 희귀조인 저어새가 올 4월 인천 송도, 그것도 썩은 물과 악취를 풍기는 남동유수지 인공섬에 나타났다.
앞에선 철새사무국 유치 자찬
이곳은 인근 송도해안도로 공사로 소음이 매우 심할 뿐 아니라 남동공단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오폐수로 인해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곳이다. 이런 악조건에도 남동유수지에 저어새가 번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송도갯벌지역이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한편 송도갯벌은 저어새뿐만 아니고 검은머리 물떼새(천연기념물 326호)와 검은머리 갈매기 등 멸종위기 조류가 서식하고 있는 자연의 보고이자 마지막 남은 연안갯벌이다.
이러한 점이 인정돼 지난 5월 인천시는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 파트너십 사무국’을 호주에 이어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이 국제사무국은 호주 및 동아시아의 철새들을 보전하고 연구하기 위해 만든 기구로 인천은 위치상 그 철새 이동통로 중심에 해당된다. 인천시 스스로 국내외적으로 이동철새 및 서식지 보전에 기여하고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사무국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과 달리 환경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이 이에 앞서 내려졌다. 정부는 지난 3월 인천의 마지막 남은 연안갯벌인 송도11공구 갯벌(300여만평)에 대해 경제자유구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며 인천시가 제출한 매립요청을 승인했다.
송도갯벌은 철새들의 중간기착지이자 번식지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갯벌인데도 말이다. 결과적으로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을 위해 송도갯벌을 팔아버린 셈이다.
인천시의 이같은 이중적인 태도는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대규모 송도갯벌 매립 결정을 숨기기 위해 철새사무국 유치를 이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뒤로는 송도갯벌 매립 추진
겉으로는 철새사무국을 유치해서 조류보전에 앞장선다고 하고 뒤로는 새들의 서식처인 송도갯벌의 매립을 추진하는 태도를 보면 과연 인천시가 환경보전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 조류보호단체들은 인천시의 송도갯벌 매립 추진에 대해 속속 규탄성명을 내놓고 있다.
호주·뉴질랜드 도요새, 물떼새 연구단(AWSG)은 “송도매립의 승인은 국제철새사무국 파트너십의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조류보호단체 버드 오스트레일리아(BA)도 “송도갯벌 매립 추진은 한국에서 더이상의 대규모 매립사업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던 람사르 총회에서의 한국정부 측의 입장과 완전히 모순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인천시의 이중적인 정책은 이번만이 아니다. 계양산을 살리기 위해 생태통로를 만든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뒤로는 계양산 골프장을 추진하고, 국제환경포럼을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도 지역 환경보전을 위한 예산은 인색하다.
한마디로 겉으로 생색을 낼 수 있는 전시행정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최근 인천의 환경단체들은 송도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저어새 보전과 송도갯벌 매립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내용적으로 저어새와 송도갯벌로 표현되는 인천의 상징적인 자연환경에 대해 인천시가 진정성을 가지라는 목소리다. 2009년 6월, 인천 송도에는 쉴 곳이 없어 헤매는 저어새와 갈기갈기 찢긴 송도갯벌, 이를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이 있다. 인천시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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